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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개발자가 되었는가? 🧐
#ssul
4년 전
3,907
4

안녕하세요. 저는 웹 개발 분야로 이직하고 싶어서 노마드코더 강의를 수강하고 있는 개발자입니다 :)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만 살다 보니 최근 들어 뒤를 돌아봤을 때 나는 무엇을 해온 건가 흐릿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까지를 정리해보려고 글을 작성해봤습니다. 드라마틱한 요소가 없어서 엄청난 동기부여를 드릴 수는 없겠지만 '아 이런 사람도 있구나, 나도 회고나 작성해볼까?' 하고 봐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ㅎ

모두 하고 싶은 분야의 개발도 찾아서 취업/이직 성공하시길 기원합니다!

본문은 편의상 제 생각과 느낌을 쓰다 보니 반말로 작성했습니다ㅋㅋ

2021년 3월이면 개발자가 되었는지도 만 3년이다. 한 번도 제대로 정리해 본 적이 없는 거 같다. 나는 어쩌다 개발자가 됐을까?

친구따라 컴공간다?

고등학교 때는 높은 수능 점수를 받아서 좋은 대학에 가면 사는데 지장 없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난 머리가 좋은 것도 공부를 잘한 것도 아니었다. 그나마 여러 과목 중 상대적으로 수학을 좋아했고 덕분에 이과 → 공대 테크를 밟게 된다😂. 애매한 수능 점수를 받고 자연스럽게 성적에 맞춰서 대학을 진학했다. 집안이 넉넉한 편도 아니었기에 현실적으로 등록금이 저렴하고 대기업 취업이 잘된다는 학교를 선택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으로 택한 건 단지 운이었다. 난 전기·전자공학과 컴퓨터공학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 당시 전기·전자공학은 안정적이고 인기 있는 반면 컴퓨터공학은 지금처럼 인기 있는 전공은 아니었다. 개발자는 좋지 않은 대우에 야근을 일삼는 흔히 말하는 3D 업으로 여겨지던 시절이다. 당시 나와 비슷한 성적을 받은 한 친구와 진로에 대해 고민을 많이 나눴는데, 개발자가 3D 업이라 힘들어도 앞으로 비전을 본다면 나쁘지 않을 거라는 친구의 말과 뭔가 전기·전자보다는 컴퓨터가 더 익숙하고 재밌을 거 같은 생각이 들었고... 친구를 따라 컴공을 선택하게 된다.
(지금 생각하면 컴공 선택은 신의 한 수)

대학 생활

학교 다닐 때부터 입사 초기에는 정해진 커리큘럼을 따라서 그때그때 주어진 환경에 적응해가면 어느 정도 성장하는 느낌도 받으면서 모든 게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1학년 1학기는 술만 마시며 학교생활을 말아버렸지만(술 마시다가 시험을 못 본 과목이 있을 정도….), 전역한 뒤로는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나름 성실하게 학교생활에 임했다. 개발 관련 과제는 곧 잘했으며 항상 먼저 끝내고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에게 설명해줬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나는 수학 문제를 풀고 알려주는 걸 좋아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누굴 도와주고 싶은 마음보다는 개인적으로 설명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거 같다. 이런 성향 덕분에 교내 튜터 장학생을 지원해서 선발됐다. 신입생을 대상으로 C언어, 대학 기초 수학, 미적분학 등을 알려주며 생활비를 해결했다.

1학년 2학기부터 3학년까지는 성적 장학금도 거의 놓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2학년 때 배운 자료구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말하길 '어려운 과목이다', '컴공에 남을지 말지 결정하는 첫 번째 관문이다' 등 말이 많았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과목이길래 그러는가 싶어 여름방학 때 개인적으로 예습을 했다. (덕분에 학기 중에 굉장히 편했다) C언어로 자료구조를 하나하나 구현했던 게 실력 향상, 흥미, 성취감을 모두 끌어올렸다. 자료구조를 공부하며 붙은 자신감으로 다른 개발 관련 과목들도 곧잘 해결하며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막연하지만 자연스럽게 개발자가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생각도 이때부터 하게 된다. 당시 농구와 헬스에 빠져있어서 공부와 운동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4학년 때 방황을 했다. 갑자기 공부도 하기 싫어지고 진로를 어떻게 해야 될지 몰랐다. 수업을 열심히 듣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취업 준비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나마 3학년까지 잘 받아놓은 학점 덕분에 여차여차 3.98이라는 준수한 학점으로 학업을 마쳤다. '대학원을 갈까 취업을 할까?' 4학년 2학기가 끝나는 시점까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딱히 원하는 건 없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해보면서 이런 게 좋대 저런 게 좋대 여러 조언을 받았지만 뭘 하는 게 좋을지 혼란스러웠다. 그러다가 서울의 한 대학원에 석/박사 과정 TO가 나서 면접을 봤다. 나는 박사 과정을 할 정도로 결심이 선 것도 아니었기에 석박사 과정인데 괜찮겠냐는 질문에 "석사 과정을 우선 경험하고 박사 과정은 그 후에 선택하고 싶다."라고 했다. 면접을 엄청나게 잘 본 것도 아니었기에 당연히 탈락했다. 내년 여름까지 대학원을 준비할 만큼 가고 싶진 않았기에 취업 시장에 뛰어들게 된다.

짧고 굵었던 취업 준비

해가 바뀌고 4학년을 날렸다는 생각에 마음속 깊은 곳에 조급함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애초에 취업 준비를 염두하고 공부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길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혼자 준비하는 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해서 그룹 스터디를 모색했다. 요즘처럼 오픈 카카오톡 방이 활성화 돼 있을 때가 아니라 독취사, 스펙업 등 주로 네이버 카페에서 스터디 그룹을 찾았다. 홍대 근처 알고리즘 스터디를 가입해서 매주 문제를 정해서 풀어가고 매주 일요일에는 만나서 풀었던 문제를 설명했다. 일요일 외에는 집 근처 자율 스터디에 참여해서 매일 코딩테스트 공부와 졸업 요건 달성을 위해 오픽 공부를 병행했다. 졸업 가능한 정도만 맞추기 위해 영어 학원을 2주 정도 다니면서 노하우만 캐치하고 그만뒀다. 처음 방향성 잡는 부분 외에는 스스로 공부해야겠다고 느꼈다. 추가로 2주 정도 스터디에서 같이 오픽 준비하는 형이랑 스크립트와 패턴을 암기하는 식으로 IM2를 받고 끝냈다. 알고리즘 공부 같은 경우는 백준, SW Expert 등 주요 알고리즘 사이트의 문제를 풀었다. 2달 좀 넘는 기간 동안 200문제를 넘게 풀었는데 이 시기에 알고리즘 공부에 집중하면서 '코딩테스트는 통과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긴다. 감사하게도 스터디에서 만난 사람들이 다 열심히 준비하고 서로서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받았다. 그 덕에 스터디를 시작한 지 벌써 3년이 다 돼가는데 지금까지도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취업 준비 두 달째, 아직 공채 모집까지는 시간이 있었다. 그러던 와중 독취사에서 한 게임 회사의 블라인드 채용 모집 공고를 보게 된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었다. 공채 시즌 전에 경험 삼아 지원해보자는 마음 반 블라인드 채용이라니? 흥미롭다는 마음 반으로 지원했다. 코딩테스트, 인적성, 1차 기술 면접, 2차 인성 면접으로 상당히 긴 절차를 거쳐야 했다. 코딩테스트는 그동안 집중적으로 준비해서 그런지 수월하게 통과했다. 나머지 전형은 가벼운 마음으로 임했고 면접도 긴장감 없이 농담을 주고받았을 정도로 분위기는 좋았다. 정말 그냥 마음 편하게 봤기에 결과를 기대하진 않았다. 그런데 결과는 합격이었다😮. 기술적으로 깊은 질문보다는 내가 학교 다닐 때 어떤 프로젝트를 해왔는지, 코딩테스트 문제 복기가 주 면접 내용이었다. 입사 여부는 최종 합격하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채용 절차에 끝까지 임했지만, 막상 합격하고 나니 고민이 됐다. 다른 회사들에 지원하기 위해 더 취업 준비를 이어갈지? 아니면 지금 합격한 회사에 다닐지? 주변의 여러 조언을 듣고 스스로 고민한 끝에 입사하기로 한다.

  • 빠른 년생이라 당시 25살이라는 비교적 어린 나이
  • 뭘 하고 싶은지 몰랐기에 개발만 할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었음
  • 최근 크게 성장한 회사
  • 게임 업계 상위 페이(But 게임 업계는 페이가 상대적으로 낮다😢)
  • 5시 칼퇴근 보장 → 개발이 더 하고 싶다면 추가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

여러 가지 고려해봤을 때 경험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고 어쩌다 보니 3년째 다니고 있다😂

3개월이 채 되지 않는 준비 기간에 얼떨결에 취뽀를 하고 축하도 받았다.
단기간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던 요인을 생각해봤다. 의지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 지속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환경 설정이 의지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환경 설정조차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지만, 쌩 의지만으로 목표를 달성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

  • 혼자서만 공부하지 않았다.
  • 취준생 시절 내가 연락하는 사람들은 가족, 스터디원이 유일했다.

무언가 집중적으로 준비할 때는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하라, 사람은 외로우면 멍청해진다는 데 아마 내가 혼자 힘으로만 공부하려 했다면 준비 기간이 더 길어졌을 것이다.

이렇게 짧고 굵었던 취업 준비 기간을 거치고 개발자가 됐다. 자, 앞으로 열심히 일도 하고 공부도 하면서 꽃길만 펼쳐졌을까? 매 순간 뭔지 모를 불안함과 고민이 항상 따라다녔다🤔. 새로운 지식을 찾아서 공부도 해보고 주어진 업무들을 쳐내고 있었지만, 여전히 뭐가 하고 싶은지 몰랐다. 사수가 어떤 분야의 개발이 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선뜻 대답하기 어려웠다. 잠깐 지나가는 생각이라 여겼으나 이 고민은 3년을 따라다닌다. 지금 당장 답할 수는 없겠지만 고민을 풀어가기 위한 노력으로 내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거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내 생각이 명확해지면 앞으로의 선택에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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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이직 성공썰도 풀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그때까지 열공합시당. 존버는 승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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