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99% 커뮤니티에서 수다 떨어요!
나는 아직도 4기 플러터 스터디를 졸업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객관적으로 바라보자면 가장 먼저 탈락해야 할 사람이 내가 아니었을까 싶다. 플러터에 대한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예습도 없이, 무작정 스터디를 신청한 패기 넘치는 사람. 심지어 다뤄본 프로그래밍 언어도 파이썬 책을 좀 읽었을 뿐인… 미미한 실력. 그런데 그런 내가 이렇게 살아남아 졸업을 하고 10주 회고를 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이런 사람도 있었다는 의미에서 회고를 남겨본다.
나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사실 10주를 되돌아보면 나는 계속 스터디를 계속 버거워 했다. 단 한 강도 하지 않았던 예습(스터디와 동시에 강의를 시작해야 하는 건 줄 알았던 바보 같은 나)때문에 진도보다 뒤쳐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여러 번 강의를 듣고 풀었던 초창기 퀴즈조차 마구 틀려서 낙담하기를 반복했고, 제출해야 하는 과제 앞에서 완벽은 커녕 간신히 조건을 맞추어 굴러가기만 해도 만세를 불렀다. 그 모습이 안쓰러웠던 걸까. 가족들이 그냥 스터디를 포기하는 게 좋겠다고 나를 돌아가며 설득하는 웃픈 상황도 있었다.
아마 다른 스터디였다면 나도 금방 포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노마드코더 스터디는 내가 알던 기존의 평범한 스터디들과는 많이 달랐다. 정해진 분량을 공부하고 과제를 제출하는 스터디가 아니냐고 묻는다면 맞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틀리기도 했다. 이 스터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었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컴퓨터 화면 건너의 서로를 응원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음을 느꼈다. 매주 열리는 주간회의, 정해주신 스터디원과 함께 이야기하는 커피챗, 오프라인 모각코가 처음엔 왜 필요한지 몰랐다. 때문에 솔직히 특이한 제도라고 생각했고, 소심한 나는 아마도 참여하지 못할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스터디를 할수록, 주간회의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을 만났고, 커피챗에서 공감할 수 있는 대화를 나눴다. 큰 마음먹고 오프라인 모각코에 갔을 때에는 내가 이 스터디에서 정말로 좋은 분들을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인연을 소중히 하고 싶었고, 응원과 격려해주시는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 거의 울다시피 이 악물고 과제를 해냈다. 위기의 순간은 늘 있었고 제출한 과제는 우수하지 않았지만, 간신히 하나씩 과제를 제출할 때마다 내 실력으로 또 해냈다는 사실이 늘 놀라웠다. 게다가 계속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자 어느 순간부터 가족들이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하고 있는 나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중요한 가족 일정을 스터디 이후로 미뤘고, 나의 공부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주었다. 여러모로 발버둥친 노력 덕분일까 결과적으로 종강회에서 ‘폭풍 성장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영광까지 누렸다. 정말이지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좌충우돌이었던 10주 동안 나는 다트와 플러터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인생 가치들을 배웠다. 특히 내가 앞으로 어떠한 마음으로 프로그래밍 언어를 대해야 할지를 알게 된 건 가장 큰 성과였다. ‘프로그래밍에 대해 잘 모르는 비전공자’라는 정체성이 성장을 막고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땐 정말이지 소름이 돋았는데 그걸 주간회고에 그대로 표현했더니 또 많은 경험과 의견을 남겨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다. 느릿한 걸음으로 개발자를 향해 가고 있던 나에게 플러터 스터디는 이론 뿐만 아니라 가치관에서도 크고 넓은 지름길이 되어 주고 있음을 느꼈다.
솔직히 쉽지 않은 10주였다. 하지만 나는 그 기간 동안 엄청나게 많은 것을 배우고 간다. 다정한 사람들을 아주 많이 만났고 그 곳에서 많은 정보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만약 혼자 강의를 들으며 독학을 했다면 내 패턴으로는 10주가 아니라 1년은 걸렸을 거라고 감히 짐작해본다. 아직 다시 복습해야 하는 부분도, 리펙토링 해야 하는 과제도, 팀원분들의 코드리뷰도 남았지만 그래도 내 인생에서 이렇게 큰 성공적인 경험이 생길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극악의 초보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게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정말이지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니꼬샘의 커리큘럼과 과제 연관성에도 꽤 놀랍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강의를 더 빛날 수 있게 해준 건 스터디 운영진 분들이었던 것 같다. 또 함께 소통해주시고 응원해주신 스터디원 분들에게도 정말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